
스피노자의 철학은 신과 자연을 둘로 나누지 않고 하나의 실체로 본다는 급진적 전제에서 출발한다. 그는 신 즉 자연이라는 공식을 통해 세계의 모든 개별 사물과 사건을 동일한 원인망 속의 양태로 파악했다. 여기서 인간의 마음과 몸 역시 예외가 아니며 각각 사유와 연장의 속성 아래에서 같은 질서의 필연을 따른다. 이 관점에서 자유란 원인으로부터 벗어나는 마음대로가 아니라 원인의 사슬을 더 잘 이해하여 자신과 타인의 능력을 증대시키는 상태를 뜻한다. 그는 모든 개체가 자신의 존재를 보존하고 증강하려는 코나투스를 가진다고 보았고 기쁨은 그 능력의 증가 슬픔은 그 감소를 가리킨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도덕은 금지의 목록이 아니라 능력의 공학이다. 우리는 적절한 관념을 획득해 수동 정서를 능동 정서로 전환할 때 더 자유로워진다. 이 글은 실체 일원론과 코나투스 정서 이론을 일상의 설계 언어로 번역해 의사결정 관계 감정 관리에 바로 적용 가능한 루틴을 제시한다. 끝으로 직장 가정 시민적 판단에서 사용할 원인 지도 작성법과 협력의 윤리를 덧붙여 자유를 생활의 기술로 재구성한다.
신 즉 자연의 관점에서 다시 읽는 자유와 정서의 언어
스피노자는 세계를 하나의 실체가 무한한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장면으로 그렸다. 실체는 원인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를 통해 이해되는 존재이며 그 실체가 바로 신이자 자연이다. 이 틀 안에서 정신과 신체는 서로 다른 두 세계가 아니라 하나의 실재가 두 속성 아래에서 평행적으로 표상되는 질서다. 따라서 마음에서 일어나는 정서와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다른 언어로 기술된 같은 사건이다. 이러한 평행론은 자유의 통념을 바꾼다. 흔한 자유 이해는 외부 구속이 없거나 즉흥적으로 선택하는 능력을 강조하지만 스피노자에게 자유는 필연을 부정하는 기적이 아니다. 자유는 원인의 사슬을 더 많이 이해하는 지성의 상태이며 그 이해가 나의 코나투스를 증대시키는 능동적 정서로 전환될 때 실현된다. 우리는 무지를 근거로 분노하고 질투하고 후회할 때 타인의 힘에 종속된 수동적 존재가 되지만 정서의 원인을 이해하고 그 필요를 다른 방식으로 충족하는 경로를 설계할 때 비로소 능동적 존재가 된다. 이때 기쁨은 단순한 쾌락의 감각이 아니라 존재 능력의 증가라는 객관적 지표를 가진다. 슬픔은 반대로 능력의 감소를 의미하여 행동의 가능 공간을 좁힌다. 중요한 점은 정서가 사라져야 한다는 요구가 아니라 정서를 더 적절한 관념으로 재구성해야 한다는 요청이다. 적절한 관념은 외부 원인에 의존한 불완전한 파편을 넘어 사건의 내적 구조와 충분한 원인을 포착하는 인식이다. 예컨대 팀원과의 갈등에서 우리는 모욕감이라는 수동 정서에 휩쓸리기 쉽다. 그러나 갈등의 원인이 정보 비대칭과 역할 혼선과 보상 구조에 있다는 것을 파악하면 감정의 방향이 달라진다. 분노를 억누르는 의지가 아니라 원인의 재배치가 정서를 능동으로 전환한다. 이때 자유는 심리적 환상이 아니라 조직 설계의 산물이 된다. 스피노자는 또한 인간이 고립된 원자가 아니라 상호 의존적 개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우리는 유능한 사물들과의 만남을 통해 능력이 증대되고 비적합한 만남으로 인해 능력이 축소된다. 따라서 윤리는 타자를 추상적으로 사랑하라는 명령이 아니라 서로의 코나투스를 상승시키는 만남을 조직하는 기술로 바뀐다. 그는 이를 지성의 사랑이라는 개념으로 표현했는데 이는 신 즉 자연의 필연을 이해할수록 세계에 대한 지적인 기쁨이 커지고 그 기쁨이 타자와의 협력으로 확장된다는 뜻이다. 여기서 종교적 열광이나 도덕적 죄책은 감정의 과열일 뿐이며 참된 경건은 원인을 이해하고 삶의 질서를 높이는 합리적 애정으로 나타난다. 결국 자유는 우연을 몰아내는 무적의 힘이 아니라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상호 능력을 올리는 설계의 수준이다.
원인 지도와 능력의 공학 스피노자식 자유 실천 루틴
스피노자의 사유를 생활의 기술로 옮기기 위해 다음의 루틴을 제안한다. 첫째 원인 지도를 그린다. 사건을 중심에 두고 내적 원인과 외적 원인을 화살표로 연결한다. 정보 부족 역할 모호 보상 왜곡 같은 구조 요인과 수면 부족 신체 통증 사회적 비교 같은 신체 심리 요인을 나란히 배치한다. 둘째 적절한 관념을 수집한다. 각 요인에 대해 검증 가능한 자료와 구체 사례를 모아 충분 원인과 필요 조건을 구분하고 상관과 원인을 분리한다. 셋째 정서 전환 기록을 한다. 현재의 감정을 이름 붙이고 그것이 내 능력을 확대하는지 축소하는지 평가한 뒤 확대 항목만 남긴다. 넷째 만남을 재설계한다. 나의 능력을 증가시키는 사람 도구 환경과 자주 만날 수 있도록 스케줄을 조정하고 능력을 소모시키는 만남을 줄이거나 규칙을 덧붙인다. 다섯째 공동체 규칙을 만든다. 회의는 자료 사전 공유 발언 시간 균형 피드백의 구체성 같은 규칙으로 운영하여 수동 정서의 번식을 막는다. 여섯째 대체 경로를 만든다. 욕망이 좌절될 때 동일한 욕망을 채우는 다른 원인을 설계한다. 인정 욕구가 과열될 때 고객 문제 해결의 지표로 욕망을 우회하는 식이다. 일곱째 지성의 사랑 루틴을 붙인다. 매주 한 번 성과가 아니라 설명의 질을 서로 칭찬하는 시간을 만들어 적절한 관념의 교환을 장려한다. 이러한 루틴은 추상적 도덕교육보다 빠른 변화를 만든다. 예를 들어 반복되는 마감 지연을 다루어 보자. 원인 지도는 요구사항의 잦은 변경과 방해 알림과 모호한 책임을 드러낼 것이다. 정서 전환 기록은 죄책과 분노가 능력을 축소한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만남 재설계는 업무 집중 블록과 알림 묶음 시간과 요구사항 동결 규칙으로 나타난다. 대체 경로는 성과 인정의 기준을 결과뿐 아니라 예측 정확도와 리스크 보고의 신속성으로 이동시킨다. 그 결과 기쁨은 단기 성과의 흥분이 아니라 예측 가능성의 증가에서 나온다. 개인적 삶에서도 같은 구조가 작동한다. 가족 갈등에서는 내 탓 네 탓의 전가가 아니라 정보의 비대칭과 기대의 불일치라는 구조 원인을 파악하고 정서의 열을 낮춘다. 수면과 식사의 리듬을 조정하여 신체적 코나투스를 먼저 회복한다. 그다음 대화 규칙과 책임 리스트를 합의해 만남을 재설계한다. 이때 자유는 상대를 굴복시키는 승리감이 아니라 함께 능력이 커지는 경험으로 측정된다. 시민적 판단에서도 스피노자의 프레임은 유효하다. 여론의 분열을 감정의 적대감으로만 읽지 말고 매체 구조의 인센티브와 알고리즘의 증폭 구조를 원인 지도로 그린다. 적절한 관념을 만들기 위해 데이터 공개와 토론 절차의 표준을 세우고 허위 정보에 대한 대체 경로를 설계한다. 사실 확인을 처벌로만 다루면 슬픔이 증폭되므로 시민 교육과 미디어 리터러시를 통해 능력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정서를 전환해야 한다. 여기서 윤리는 관대함의 감정이 아니라 제도 설계의 기술로 바뀐다.
능력의 증가로 측정되는 자유 지성의 사랑과 협력의 윤리
스피노자의 일원론은 우리에게 세계를 한 장의 지도처럼 보게 한다. 그 지도에는 초월적 명령이나 자유 의지의 신비가 아니라 원인들의 질서가 놓여 있다. 이 질서를 이해할수록 두 가지 변화가 일어난다. 첫째 정서가 수동에서 능동으로 이동하면서 기쁨이 잦아지고 슬픔이 줄어든다. 둘째 타인과의 만남을 능력의 관점에서 재조직하게 된다. 자유는 결코 고독한 자의 특권이 아니다. 협력은 코나투스의 상승을 낳고 상승은 다시 협력을 낳는다. 그러므로 우리는 윤리를 도덕적 설교가 아니라 만남의 설계와 제도의 수선으로 수행해야 한다. 실천을 위해 마지막 체크리스트를 남긴다. 오늘의 사건 한 가지를 골라 원인 지도를 그린다. 수동 정서를 이름 붙이고 능력의 증가 감소를 평가한다. 적절한 관념을 위해 자료를 두 개 이상의 출처에서 모으고 충분 원인을 가정하기 전 상관의 함정을 경계한다. 만남 재설계를 위해 도움을 주는 사람 도구 환경을 일정에 고정하고 소모를 유발하는 만남에는 규칙을 붙인다. 대체 경로를 적어 욕망의 충족 방식을 다양화한다. 일주일에 한 번 지성의 사랑 시간을 만들어 설명의 질을 칭찬한다. 한 달 후에는 능력 지표 예측 정확도 회복 속도 갈등 해결 시간 우정의 빈도를 검토한다. 수치가 올라간다면 자유는 자라나고 있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기억하자. 자유는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는 감정이 아니라 설계 가능한 상태다. 설계는 이해에서 시작하고 이해는 기록에서 시작한다. 오늘의 노트 한 장이 당신의 능력을 넓힐 것이다. 신 즉 자연의 질서 안에서 우리는 서로의 능력을 키우는 동반자가 될 수 있다. 그러한 동반에서 탄생하는 기쁨이야말로 스피노자가 말한 참된 행복의 씨앗이다. 이제 당신의 하루에서 원인 지도를 그려 볼 사건은 무엇인가. 그 지도를 바탕으로 첫 번째 만남 재설계를 어디에서 시작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