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흄의 경험론과 회의주의 그리고 인과성 문제를 실무 의사결정으로 번역한 보고서

by benefitpd 2025. 10. 27.

흄의 경험론과 회의주의 그리고 인과성 문제를 실무 의사결정으로 번역한 보고서

흄의 경험론은 모든 지식의 원천을 감각 경험으로 한정하고 복잡한 관념이 단순 인상의 결합에서 형성된다는 논지로 출발한다. 그는 여기서 더 나아가 우리가 일상에서 너무도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인과의 관념을 급진적으로 해부했다. 실제 관찰은 시간적 선행과 공간적 접촉과 반복적 결합이라는 규칙성만을 보여 줄 뿐이고 원인 속에 결과가 필연적으로 내재한다는 필연성은 감지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습관과 기대에 의해 동일한 유형의 사건이 되풀이되면 다음에도 그럴 것이라고 추론한다. 이때 귀납은 논리적 보증이 아니라 심리적 기제에 기대어 작동한다. 그는 이 통찰을 통해 과학의 예측을 무너뜨리려 한 것이 아니라 예측이 갖는 잠정성과 수정 가능성을 드러냈다. 인과는 세계의 보이지 않는 띠가 아니라 인간 마음의 작동 규칙이라는 해석 아래에서 우리는 데이터의 패턴을 가설이라는 형태로 묶고 반례 앞에서 가설을 고친다. 이 글은 흄의 회의주의를 냉소가 아닌 훈련으로 읽어 실무 의사결정에 적용하는 절차를 제안한다. 빌리어드 공의 사례와 온라인 서비스의 이탈 데이터 같은 현대적 예를 병치하고 불확실성을 다루는 다섯 단계 루틴을 설계한다. 마지막으로 과도한 회의주의와 성급한 확증 편향을 동시에 피하기 위한 지표와 기록 방법을 제시한다. 그 결과 독자는 인과의 신비를 요구하지 않고도 신뢰 가능한 예측과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리는 습관을 갖게 된다.

관찰은 규칙성을 보여 줄 뿐 필연성을 보여 주지 않는다라는 한 문장의 힘

흄은 일상의 확신에 잠긴 사고를 실험대로 옮겼다. 테이블 위의 빌리어드 공 한 개가 다른 공을 때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번째 공이 움직이는 장면을 수백 번 보아도 우리는 두 사실만 확실히 말할 수 있다. 하나는 시간적 선후가 있다는 것, 다른 하나는 접촉 혹은 근접이 있다는 것이다. 움직임이 이어지는 규칙성은 반복될 수 있지만 원인 속에 결과가 필연적으로 내재해 있다는 감각은 경험에 주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인간은 습관을 통해 기대를 만들어 낸다. A가 오면 곧이어 B가 온다는 상투적 결합이 반복되면 우리는 다음에도 B가 올 것이라고 신뢰한다. 이 믿음은 편리하고 대체로 성공적이지만 논리적으로는 보증되지 않는다. 과거가 미래와 같을 것이라는 대전제 자체가 경험으로 증명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난점은 과학을 무너뜨리는 파괴적 주장으로 오해되기 쉽다. 그러나 흄이 겨냥한 지점은 다르다. 그는 인간 정신이 어떻게 세계를 요약하고 예측하는지를 기술하고 그 과정의 심리적 근거를 노출한다. 이 노출은 오히려 과학의 도덕을 강화한다. 예측은 잠정적이며 반례가 나타나면 가설을 수정해야 한다는 겸허의 규범이 생긴다. 우리는 이 규범을 업무와 정책과 교육의 절차로 번역할 수 있다. 예컨대 제품 팀이 기능 출시 뒤 이탈이 줄었다는 데이터를 보고 기능이 원인이다라고 곧장 결론 내리면 흄의 경고에 걸린다. 동시 변화한 요인 광고 캠페인 계절 요인 가격 정책 서버 지연이 같은 시기 움직였다면 상투적 결합의 환상이 생긴다. 여기서 해야 할 일은 필연을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규칙성을 정교하게 측정하고 대안 설명을 체계적으로 제거하는 일이다. 우리는 사전 등록한 가설과 반증 조건을 정하고 교차 검증과 무작위 배정 같은 절차를 통해 습관이 만든 기대를 데이터의 시험대에 올린다. 인과는 발견되는 실체가 아니라 설계되는 모델이라는 태도를 채택하는 순간 회의주의는 냉소가 아니라 훈련이 된다. 사유는 겸허해지고 의사결정은 투명해진다. 흄의 한 문장은 그래서 여전히 현재형의 기술이다.

 

불확실성을 다루는 다섯 단계 루틴 패턴에서 가설로 그리고 반례로

실무에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흄의 통찰을 다섯 단계로 정리한다. 첫째 관찰과 기록이다. 사건의 선후 관계와 반복 빈도와 강도를 수치로 적고 시계열 분해를 통해 계절성과 추세와 불규칙을 구분한다. 둘째 상투적 결합의 후보를 만든다. 함께 움직이는 지표 묶음을 나열하되 원인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결합 혹은 공변이라는 중립적 용어를 사용한다. 셋째 가설과 반증 조건을 사전 등록한다. 예를 들어 푸시 알림 빈도를 낮추면 7일 이내 복귀율이 오를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되 효과가 없음을 보여 줄 최소 효과 크기와 시험 기간과 표본 수 요구치까지 함께 적는다. 넷째 대안 설명을 제거한다. 무작위 배정 A/B 테스트 혹은 준실험 설계를 통해 외생 요인의 영향을 줄이고 교차 유효성 검사를 통해 다른 데이터 샘플에서 규칙이 재현되는지 확인한다. 다섯째 반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 기대를 배신한 사례를 모아 가설의 적용 범위를 좁히고 다음 실험의 설계를 개선한다. 이 루틴은 제품과 정책과 교육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제품에서는 기능 변경과 캠페인과 계절 요인이 겹치는 구간을 의도적으로 분리해 평가한다. 정책에서는 시계열 단절과 차분 추정 같은 도구로 제도 변경의 효과를 추적하고, 교육에서는 같은 커리큘럼을 다른 반에서 교차 배치해 효과의 재현성을 본다. 흔한 실패도 정리해 두자. 첫째 사후 해석의 함정이다. 실험 뒤 유리한 구간만 골라 효과를 과장하면 습관이 만든 기대를 다시 확인시킬 뿐이다. 둘째 과도한 회의주의다. 모든 결합을 우연으로 치부하면 학습이 멈춘다. 회의주의의 목적은 무력감이 아니라 더 좋은 설계다. 셋째 필연성의 언어 습관이다. 영향 인자 원인 변수 같은 단어를 가볍게 쓰면 책임의 귀속이 섣불러진다. 우리는 대신 가설과 효과 추정치와 신뢰 구간을 기록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실천 지표를 제안한다. 재현율 반례 발견 속도 사전 등록 준수율 효과 추정의 불확실성 폭이라는 네 지표를 팀의 품질 지표로 삼는다. 이 네 지표가 개선되면 회의주의는 조직의 학습 엔진이 된다. 교육 현장에서도 흄의 프레임은 유효하다. 실험 보고서에서 결과의 유의성만 말하지 말고 대안 설명을 얼마나 제거했는지, 반례는 무엇이었는지를 함께 서술하게 한다. 시민적 판단에서는 바이럴 뉴스의 상투적 결합을 의심해 출처와 시점을 분해하고 동일한 사건이 다른 지역과 시기에 재현되는지 확인한다. 이렇게 할 때 우리는 세계의 필연을 요구하지 않고도 신뢰 가능한 합의를 만든다.

 

필연성의 환상에서 실험의 윤리로 흄이 남긴 생활 기술

흄의 회의주의는 무너뜨리는 기술이 아니라 지키는 기술이다. 인과의 필연을 감각에서 찾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우리는 두 가지 태도를 배운다. 하나는 잠정성의 윤리다. 모든 결론은 공개된 기록과 반복 가능한 절차 위에서만 유지된다. 다른 하나는 반례의 환대다. 예상과 어긋나는 데이터는 적이 아니라 스승이며 가설의 지도를 정교하게 다듬는 펜촉이다. 실무로 번역하면 다음의 체크리스트가 남는다. 오늘의 결정을 가설 문장으로 쓰고 반증 조건을 곁들였는가. 대안 설명을 최소 두 개 이상 열거하고 제거 절차를 설계했는가. 효과를 하나의 숫자가 아니라 추정치와 신뢰 구간으로 보고했는가. 결과가 기대와 달랐을 때 반례 데이터베이스에 기록하고 다음 설계에 반영했는가. 시민으로서의 삶에서도 같은 원리가 작동한다. 인과라는 단어에 매혹되지 말고 규칙성의 정확도와 재현성의 폭을 먼저 보라. 감정이 앞설 때는 잠시 유예하고 자료를 분해해 본다. 가정과 관계의 갈등에서도 누가 원인인가를 따지기보다 어떤 요인이 반복적으로 결합되는가를 함께 적어 보라. 관찰과 가설과 실험과 수정이 생활의 루틴이 되면 확신은 줄어들지만 신뢰는 높아진다. 우리는 더 적은 오해로 더 좋은 결정을 내리게 된다. 흄의 빌리어드 공은 철학사의 장식이 아니라 오늘의 회의실과 교실과 거실을 비추는 거울이다. 그 거울 앞에서 우리는 필연의 환상을 내려놓고 실험의 윤리를 들어 올린다. 그것이 경험론의 미덕이자 회의주의의 품격이다. 이제 노트 한 장을 펼치고 오늘의 가설과 반증 조건을 적어 보라. 다음 주의 당신은 이 기록 덕분에 더 명료한 결정을 내릴 것이다.